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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맥락 정리

소버린 AI 논의 속 제조 데이터의 세 가지 질문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페이블5' 접근 제한 이후 소버린 AI 논의가 다시 커졌다. 제조 강국인 한국이 봐야 할 축은 모델 자체뿐 아니라 제조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는 방식이다.

소버린 AI 논의 속 제조 데이터의 세 가지 질문 — 모노라 편집부 codex hero
사진 · 모노라 편집부 (AI 생성)

클로드를 만든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페이블5'가 미국의 수출통제로 막히면서 한국 기업과 기관도 접근 제한을 겪었다. 이 흐름 속에서 소버린 AI와 거대 언어 모델(LLM) 확보가 다시 과제로 떠올랐다. 다만 제조 강국인 한국에는 통제받지 않는 자산인 제조 데이터가 있으며, 핵심은 어떤 데이터를 갖고 있느냐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첫 번째 착각은 이미 보유한 데이터 안에서만 답을 찾는 방식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시작할 때 운전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았지만, 판매한 차를 데이터 수집 장치로 만들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데이터는 5월 100억 마일을 넘어섰고, 지금도 하루 약 3천만 마일씩 쌓인다. 제조 강국이라면 기존 데이터를 세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동차와 가전과 선박과 반도체를 통해 새 능력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는 구조를 봐야 한다.

두 번째 착각은 완성품 수출에만 머무는 관점이다. 유럽 최대 농산물 수출국 네덜란드는 시설원예 노하우를 데이터와 제어 시스템으로 바꿨다. 네덜란드 스마트팜 기업 프리바의 제어 시스템은 100여 개국 온실에서 쓰이고, '소스.ag'는 19개국 농가 데이터를 모아 개별 농가가 단독으로 만들기 어려운 모델을 키운다.

이 구조는 시스템을 설치한 뒤 그 위에서 생기는 데이터를 다시 모으는 방식이다. 한국의 대형 유리온실도 프리바 시스템 위에서 돌아가는 상황이 있었고, 한국은 시설 비용을 5분의 1로 낮춘 '한국형' 시스템으로 의존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비용을 낮추는 국산화만으로는 방어에 머물 수 있다. 자동차와 선박과 반도체를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그 제품 위에 지능의 층을 얹어 함께 파는 방식이 필요하다.

세 번째 착각은 제조 AI를 거대한 시스템으로만 보는 태도다. 데이터와 AI를 말할 때 전사 시스템을 먼저 떠올리지만, 현장 생산성은 작은 쓰임새에서 시작될 수 있다. 포스코는 선재 코일을 옮기는 자동 크레인과 출선량 예측 모델로 위험과 비용을 줄였다. 태정기공은 CNC 설비 데이터를 분석하는 AI로 불량률을 91% 낮췄다.

전문가들은 제조 AI의 실패 원인이 기술 자체보다 데이터와 쓰임새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출발점은 전 공정을 바꾸는 대형 시스템이 아니라, 한 공정에서 모을 수 있는 데이터와 한 가지 문제를 푸는 작은 모델이 될 수 있다. 데이터는 가진 것이 아니라 모으는 것이고, 판매 대상은 제품만이 아니라 그 위의 지능이며, 시작점은 거창한 계획보다 현장 활용이다.

한국이 IT 강국이 된 배경도 빠른 인터넷망만이 아니라 그 위에서 돌아간 전자정부와 게임과 포털 같은 활용처였다. 소버린 AI 역시 모델 확보에만 집중하면, 그 모델을 활용할 한국의 데이터와 현장을 놓칠 수 있다. 이제 질문은 '무엇을 만들었는가'에서 '그 위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옮겨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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